시선(詩選)

“경자(2020)년을 회고합니다”

반빈(半賓) 2020. 12. 26. 13:53

半賓

 

冬至前數日效陶淵明歸園田居其一回顧庚子年

 

夢浮浪浪海,醒見疊疊山。

異域萬里外,疫亂庚子年。
軀縛慕三花,心驚沈九淵。*

靜坐凝精神,呼吸聚丹田。
扶杖漫白日,隱几慌黑間。

能喻寸步外,不記頃刻前。
隱隱散霧霾,陰陰瀾雨煙。

或日開上蒼,應時登頂巔。
振衣除憂悶,彈冠品悠閑。

辛丑新陽至,起步詠傲然。

 

*〈三花〉引蘇軾〈三朵花並序〉事。〈九淵〉用賈誼〈吊屈原文〉語。

 

 

반빈

 

"도연명의 '고향 땅으로 돌아가 살기(歸園田居)'의 첫 수를 따라 경자(2020)년을 회고합니다"

 

꿈에서는 일렁이는 바다 위를 떠다니고

깨어나서는 첩첩 쌓인 산을 마주보았습니다

 

만 리 밖 타향 땅에서

전염병 난리를 겪는 올 해, 경자년

 

몸이 묶이니 꽃 세 송이 지닌 신선을 부러워하고

마음이 놀라니 아홉 겹 깊은 물속으로 숨었습니다*

 

조용히 앉아서 정신을 집중하고

깊이 숨을 쉬어 단전에 모았지요

 

한 낮에는 지팡이 짚고 슬슬 걷기도 했지만

어두운 밤엔 책상에 기대어 어지러워 했습니다

 

한두 걸음 밖을 알 수 있었나요

방금 전 일을 기억하지 못했지요

 

어슴푸레 흙먼지 퍼지고

흐릿한 비안개 넘쳐났습니다

 

어느 날인지 푸른 하늘이 열리겠지요

그럼 바로 산꼭대기를 오르겠습니다

 

옷 털어 입어 답답함을 덜어내고

모자 털어 쓰고 한가함을 맛보아야지요

 

신축년 새 해가 떠오르면

꿋꿋하게 노래하며 발걸음을 내딛겠습니다

 

*"꽃 세 송이(三花)"는 蘇軾의 〈세 송이 꽃과 서문(三朵花並序)〉, "아홉 겹 깊은 물(九淵)"은 賈誼의 〈조굴원문(吊屈原文)〉이 출전입니다.

'시선(詩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섣달그믐의 산보"  (0) 2021.01.02
"지려고 뜨는 해"  (0) 2020.12.30
“ 동지팥죽”  (0) 2020.12.22
“윤동주 시인의 영혼에게 묻습니다”  (0) 2020.12.21
"예언자들, 모두"  (0) 2020.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