羅湜(字正源,號長吟亭,1498-1546)
〈閑中偶吟〉
日暮滄江上,天寒水自波。
孤舟宜早泊,風浪夜應多。
나식 (자는 정원, 호는 장음정, 1498-1546)
"한가한 중에 어쩌다 읊는 노래"
해 저무는 창강 위로
하늘은 쌀쌀하고 물이 절로 출렁입니다
이 외로운 배를 어서 정박해야 하겠습니다
밤이 되면 바람과 물결이 심해지겠지요
(반빈 역)
Na Shik (1498-1546)
"A Random Chant at Idle Leisure"
Over the Chang River where the sun is setting,
The sky is chilly, and the water undulates by itself.
This lone boat shall be moored soon.
Winds and waves will get severer at night.
(H. Rhew, tr.)
나식의 이 짧은 시에는 깊은 사연이 담긴 듯합니다. 그의 작품집인 장음정유고長吟亭遺稿에는 "한가한 중에 어쩌다 부른 노래"라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제목이 달려 있습니다. 그러나 시를 읽어보면 깊은 불안과 불평이 담긴 걸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습니다. 유고집에 달린 제목이니 시인이 스스로 붙인 제목이 아닐 가능성도 있겠지만, 엉뚱한 제목으로 변장을 시켜서라도 이 시를 남겨두려 한 건 시인이나 유고집을 정리한 후손이나 같은 생각이었을 듯합니다. 나식은 을사사화 때 윤원형의 소윤에 의해 희생당한 인물입니다. 민간에 전하는 이야기로는 중종임금의 말기에 당시 세자였던 훗날의 인종을 소윤으로 보호하는 일에 나식이 관여했다고 합니다. 곧 밤이 될 것을 느끼며, 밤이 되면 풍랑이 심해질 것을 걱정하며 쓴 이 시가 어쩌면 세자를 소윤으로부터 보호하려던 나식의 마음을 담고 있다고 해도 좋겠습니다.
畫:沈師正(1707-1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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