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逌根
〈述志〉
日一日昇沈,月一月圓缺。
徃來一歲中,循環不能竭。
萬物處其內,芸芸不可說。
榮枯與大小,畢竟無殊別。
泡花起頃刻,乍見還復滅。
吾生已三十,何為長屑屑。
可憐少壯心,非直為餔餟。
頹惰漸非昔,來者可臆决。
半生憂世意,久愈慙駟舌。
同是當局者,㝠瓋迷前轍。
進退惟人視,不甚去綿蕝。
無裨聖明治,宜與世便訣。
碌碌為何故,因循愧先哲。
誰能逝不濯,中心如執熱。
時雨過田園,幽懷在巖穴。
江上有弊廬,地僻心自悦。
何時得歸臥,塵累謝一切。
匹夫亦有願,天應不我絕。
世間多歧路,浮雲朝暮閱。
軒冕誤人多,此言真夏雪。
上壽不過百,欲與千歲埒。
一是空手去,勞生亦何拙。
注:27-8二句用《孟子·離婁上》「天下有道,小德役大德」章,及其所引《詩經·大雅》〈桑柔〉篇:「誰能執熱,逝不以濯」句。39-40二句援用《孟子·萬章上》「仕則慕君,不得於君則熱中」句。「熱中」,不得君之賞識而焦慮也。「夏雪」,以雪之冰涼熄「熱中」之心。夏即熱也。
김유근
"내 뜻을 적어봅니다"
해는 하루에 한 번 떴다 지고
달은 한 달에 한 번 찼다 기웁니다
한 해 내내 그렇게 오고 가니
돌고 돌며 멈출 수 없습니다
만물이 그 안에 있으니
그 많고 많음을 다 말할 수 없습니다
피고 지고, 커지고 작아진다 해도
결국에는 특별히 다를 게 없지요
꽃이 피어 오르는 것도 잠깐사이지만
문득 돌아보면 어느새 또 시듭니다
내가 어느덧 삼 십 년을 살았는데
무얼 위해 늘 그리 마음을 졸였을까요
어린 시절의 큰 뜻은 어여뻤지요
그저 먹고 마시기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맥없이 게을러져 점점 전 같지 않으니
앞으로 어떨지를 미루어 알 수 있습니다
일생의 반 동안 세상을 걱정했지만
갈수록 언설이 네 필 마차인 게 부끄럽습니다
같이 나랏일을 하는 사람으로
숨겨진 흠은 마차자국을 따라 엇나가는 것입니다
나아가고 물러나는 건 사람들이 볼 뿐이니
너무 끌리고 묶이지 않아야 합니다
어질고 밝은 다스림에 보탬이 되지 못하면
바로 세상에서 물러나야 옳습니다
하릴없이 바쁜 건 무엇 때문인지
그냥 답습한다면 선현들에게 부끄럽지요
마음 안에 뜨거운 불을 부여 안고서
누가 시내로 가 씻지 않을 수 있나요
마침 내리는 비가 들과 뜰을 지나니
마음 깊이에서 바위굴이 그리워 합니다
강가에 허름한 초가집이 있는데
구석진 곳이어서 마음이 즐겁습니다
언제 돌아가 지낼 수 있다면
세상의 온갖 먼지를 모두 털겠습니다
보통 사람들도 바라는 게 있으니
하늘이 분명 나를 저버리지 않겠지요
세상 많기도 한 갈림길에서
아침저녁으로 떠도는 구름을 보았습니다
벼슬자리가 많은 사람을 잘못 이끈다 하지요
찬 눈으로 마음의 열을 식힌다는 말입니다
오래 살아도 백 살을 넘지 못하는데
천 년처럼 누리고 싶으면
먼저 빈 손으로 떠나는 걸 알아야합니다
고달픈 삶이라도 무엇을 서툴다고 탓합니까
주: 27-8 행은 《맹자孟子·이루離婁》상편의 일곱째 장과 거기에 인용된 《시경詩經·대아大雅》의 〈상유桑柔〉편 "누가 뜨거운 열을 부여잡고 물가로 가 씻지 않을까 誰能執熱,逝不以濯"라는 구절을 사용합니다. 39-40행은 《맹자孟子·만장萬章》 상편의 첫째 장에 나오는 "벼슬을 하면 임금을 사모하는데, 임금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마음에 열불이 난다 仕則慕君,不得於君則熱中"는 구절을 원용합니다. "마음의 열불 熱中"은 임금의 인정을 받지 못할 때 가지는 조바심입니다. 40행의 "여름의 눈 夏雪"은 눈의 차가움으로 여름의 열 같은 마음의 조바심을 식힌다는 뜻이겠습니다.
(반빈 역)
Kim Yu-gun
"Stating My Will"
The sun rises and falls in a day.
The moon wanes and waxes in a month.
Going back and forth throughout the year,
The revolving cycles cannot be exhausted.
Myriad things exist within it,
And so much are not to be articulated.
Prospering and declining, being big and small,
Are in the end not all that different.
Flowers bloom in an instance,
But they wither in no time as well.
Having already lived thirty years,
I wonder why I have been so anxious?
Adorable was the robust heart in my youth.
It was not just about eating and drinking.
Dejected and lazy, I am no longer who I was,
And from that I can speculate what is to come.
I have worried about the world in this half of my life,
But shamefully my words run like a four-horse carriage.
While being an official in the same capacity,
Getting lost by chasing the ruts would be a hidden shortcoming.
Advancing and retreating are concerns only of people,
And we shall not be tethered or bundled so much.
Should I have nothing to contribute to the virtuous rule,
I shall retire from the world right away.
Whatever the reasons are for being so busily occupied,
Helplessly following suit would be shameful to former sages.
Who would not cool down by washing in the stream,
If burning heat is held in the heart.
A timely rain passes by the courtyard and the field,
I quietly long in my thought for the cave in the rock.
There is a run-down cottage by the river,
The secluded location of which pleases me.
If one day I could go back and lay myself down there,
I will decline all worldly dust piled up till now.
At so many forked paths in this world,
I've looked at floating clouds from dawn to dusk.
Official posts mislead many,
Which means the need for snow in the summer.
A long life falls short of a hundred years—
If we wish to enjoy that as a thousand years,
The foremost is to know that we go empty handed.
What is there to complain about a hard life?
Notes: This poem alludes to the Mencius in two places. Lines #27-8 to 4A-7, and to Poem #257 in the Shijing quoted in it: "Who would not cool off in the stream, holding something hot?" Lines #39-40 to 5A-1: "When a person has an office, he longs for the lord; If he does not gain the appreciation of the lord, he burns within." The "burning heat within" is the anxiety for obtaining the regard of the lord. "Snow in the summer" in Line #40 is the cooling of the burning heat by the coolness of snow.
(H. Rhew, 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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