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詩選)

"지려고 뜨는 해"

반빈(半賓) 2020. 11. 16. 19:17

반빈

 

"지려고 뜨는 해"

 

그믐 부근 며칠

아침 해를

찬찬히 살펴봅니다

 

자욱한 안개 뒤로

슬며시 오르며

보이다 말다

 

숨바꼭질로

눈길을 돌리지

못하게 합니다

 

지려고 뜨는

해인 것 같아서

마음이 더 쓰이는 건지

 

빠뜨린 건 없나

그냥 가도 되나

망설이듯

 

망설이듯

희뿌연 얼굴이

아련합니다

 

질 해는 져야합니다

밤 지나 같은 해가

다시 뜬다 해도

 

분명히 다를 겁니다

 

(병신년 세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