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빈
"지려고 뜨는 해"
그믐 부근 며칠
아침 해를
찬찬히 살펴봅니다
자욱한 안개 뒤로
슬며시 오르며
보이다 말다
숨바꼭질로
눈길을 돌리지
못하게 합니다
지려고 뜨는
해인 것 같아서
마음이 더 쓰이는 건지
빠뜨린 건 없나
그냥 가도 되나
망설이듯
망설이듯
희뿌연 얼굴이
아련합니다
질 해는 져야합니다
밤 지나 같은 해가
다시 뜬다 해도
분명히 다를 겁니다
(병신년 세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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